[책추천]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창작형 인간의 하루_임수연

저는 인터뷰집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JOBS 시리즈도 좋아하고요. 잡지에 좋아하는 사람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으면, 따로 구매하여 보기도 합니다. 자주 찾다 보니, 인터뷰집을 만나면 습관처럼 들춰보고 구매하거나 읽습니다. 예전에는 인터뷰집의 매력을 몰랐는데요. 점점 인터뷰집을 찾는 이유는 그들의 세계에 가까워지고 싶어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를 먼저 접하고 이후에 작가들에 대하여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해내었을까! 와 동경심이 담긴 질문이었죠.

임수연 기자님이 인터뷰어인데요. 기자님은 씨네 21의 영화기자로 일하고 계시고, 나무위키(링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이로 잘 알려진 분들이었어요. 정서경 작가, 정지인 PD, 정세랑 작가, 김보라 감독, 백현진 예술가, 이은규 PD, 변승민 제작자입니다.

반복되는 마감과 주기적인 창작을 해내야 하는 이들의 생활과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어요.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일상에 적용해보고 싶은 대목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창작자들의 모습에서 저를 발견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마감을 지키고, 꾸준한 반복을 통해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획자는 매번 정해진 기한까지 일을 마쳐야 합니다. 일을 하는 중에도 디자이너, 개발자, 검증 및 운영팀 분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빠르게 대응하고, 흐트러진 집중을 저의 일로 돌려야 하죠. (누군가는 이런 일을 기획자의 숙명이라 하였습니다.)

정지인 PD의 말에서 하나의 팁을 얻었습니다. PD 또한 사람들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훈련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냥 산만한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하는 거죠. 덕분에 무슨 일이 닥쳐도 그러려니 하면서 금방 적응하는 능력이 길러졌어요. “ _67P

오랜 기간 일을 해온 분들이 먼저 경험한 선배처럼 이런저런 말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획이 잘 안 풀릴 때, 기획을 하다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때, 이외에 들이닥치는 돌발상황들을 돌파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특히나 시간은 쫓기는 와중에 마땅한 해결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압박과 부담이 심합니다. 이은규 PD의 말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이은규 PD는 이런 과정을 헤맨다고 표현하는데요. 표현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야 의외의 그림을 발견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처음 생각했던 플랜 A 그대로 편집창에 올라오는 방송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죠. 이왕 기회가 주어졌다면 사람들이 보지 못했고 생각지 못한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헤매는 시간이 필요해요. “_221P

일하면서 생길 수 있는 마음에 조급함을 더하기보다는,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일을 경험한 저에게 힘이 되는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가 찾아오는데요. 이직을 할 때마다 면접에서 받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저의 불안함을 덜어주는 말을 백현진 님께서 해주는 것 같았어요.

질문 : 90년대에는 뮤지션 백현진이 미술, 연기까지 하는 상황을 두고 주변 반응이 어땠나요. 호의적이기만 하지만 않았을 것 같은데.
답변 : 보통 음악가로만 저를 알다가 미술도 하고 연기도 하냐며 놀라는 반응이 있었죠. 재미없는 얘기는 주로 이런 거였어요. “이것저것 하지 말고 한우물만 파!” (웃음)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는 그들의 말대로 입장 정리를 하고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헬싱키에 가서 깨달았어요. 그곳에선 저를 두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헬싱키에서는 사진 찍는 사람이 건축도 하고, 건축하는 사람이 가구 디자인도 하면서 살아요. 북유럽에서 벌써 이러고들 사는데 제가 괜한 걱정을 한 거죠. _178P

책 읽는 동안에도, 책을 읽고 나서도 ‘참 잘 읽었다 ‘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