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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영화후기]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

by LYNN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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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후 SNS에서 많은 이들의 호평이 있던 영화다. 관람을 하기 전에 맞닥뜨린 제목부터 강렬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니. 원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로 '세상에서 가장 최악인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한국어 제목이 낫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어떤 이들은 영어 제목이 더 낫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한국어 제목을 꽤 잘 지었다고 느꼈다. 말 그대로 누구나 사랑할 때면 최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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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주인공 율리에가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물론 그녀의 선택에 사랑도 있고, 일도 있고, 삶도 있다. 율리에의 성격은 다소 충동적이고, 불안하게 보인다. 어느 날 ‘알고 보니 나는 육체보다 정신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의학 전공을 심리학 전공으로 바꾸고, 또 어떤 날은 '나는 시각에 예민해.'라며 사진으로 전향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영화 속에서 그녀의 시기가 자신을 파악하는 단계로 보였다.

누구나 내가 뭘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가 있지 않을까. 율리에가 자신을 찾아가는 중에 다양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나이는 많지만, 직업적으로 자리를 잡은 남자(악셀)와 나와 잘 통하지만, 카페에서 일하는 젊은 남자(에이번드)다. 처음에 악셀에게 마음이 끌려 만나지만, 그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기에는 그녀는 자신의 삶이 ‘아직’ 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여러 일을 하고 있어도, 그냐가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서점 직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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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에는 악셀과 삶의 다음 단계로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녀는 직종을 바꾸듯 사랑에도 충실하게 마음을 따른다. 율리에와 에이번드가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 모두 애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영화 속 대사로 에이번드가 ’내가 최악인 것럼 느껴졌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율리에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중이라면, 누구든 최악인 상황을 피할 수가 없다. 내가 최악이거나 상대가 최악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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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면 주변은 그저 배경일 뿐, 세상에 단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영화는 그런 감정을 영화적으로 멋지게 풀어낸다. 율리에가 스위치를 켜자 모든 게 멈춘다. 이 때 에이번드에게 뛰어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공원에 함께 있는 장면이다. 영화 속에선 율리에와 에이번드만 움직일 수 있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멈추어 있다. 사랑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운이 길어서 여러번 돌려보았다.

악셀의 출간 기념회에서 율리에가 혼자 나와 걸어 나오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카메라는 율리에가 걸어내려 가는 걸 조그맣게 잡으며 따라간다. 그녀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는 기분이 들어서, 그녀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떠올리게 만든다. 카메라는 점점 내려와 그녀의 표정과 도시를 번갈아가며 비춘다. 그녀의 표정 연기는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었기에 지켜보는 나에게도 감정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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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사랑을 다루는 걸로 보이지만 인생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라 느껴졌다. 영화의 장면이나 이야기 중 어느 부분에 닿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영화였다. 헤어짐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새로 시작할 용기 혹은 지금의 만남을 지속할 힘을 줄 수도 있고, 인생의 경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로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와 볼 거리를 안겨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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