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서 나오는 아무튼 시리즈를 많이 보아서 그런지 ‘어쩌다 산책’이라는 이름이 입에 익지 않았나봅니다.
‘아무튼 산책’, ‘여하튼 산책’, ‘어쨌든 산책’ 등 새롭게 서점의 이름을 창작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어쩌다 산책 관계자분 죄송합니다...또륵..)
서점에 가는 날마저도 지도 검색창에 다른 이름을 기입하고 있더군요.
‘어쩌다’라는 말은 ‘아무튼’이나 ‘어쨌든’ 보다의도성이 없는, 우연함이 가미된 단어입니다.
서점이 이름처럼 ‘우연히 산책하듯이 다녀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요?
서점을 찾아간 날은 내 몸에 딱 맞고,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새로운 자극에 대한 갈증과 평소와 다른 공기를 맡고자 하는 의지,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쌓여 무엇이라도 해야했습니다.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몸이 억압되어 있는 것 같아요. 부들부들!
여행은 쉬이 갈수가 없으니 여행가는 기분으로 서점을 방문하였네요.
익숙한 장소는 나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새로운 장소는 자극과 기분 좋은 긴장, 설렘을 줍니다.
새로운 반찬이나 음식이 먹고 싶은 날이 있는 것처럼 오늘 저에겐 그런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약간의 서러움으로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도착한 서점의 정보입니다.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길 101 지하 1층
영업시간 매일 12:00 - 21:00
https://place.map.kakao.com/565354461
https://www.instagram.com/uhjjuhdah_promenade/
서브웨이에 도착했는데, 서점이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했습니다.
쭉 둘러보니 이 횟집의 바로 옆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주변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계단을 내리쬐는 햇빛이 예쁘게 보여서 사진을 남겨두었습니다.
마치 시끌벅적한 바깥의 분위기와 단절시켜주는 것 같아요. 단풍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가을에 와도 참 이쁘겠습니다.
통유리창으로 서점과 카페의 내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쪽에는 나무 한그루, 다른 한쪽에는 돌 조각(?)이 있습니다.
장식으로 놓인 돌마저 여백을 두고 놓여 있어서 멋스럽습니다.
목재로 된 책꽃이와 장식들이 눈에 띕니다.
바닥과 책장을 나무 계열의 색으로 통일하여 편안함을 주네요.
비슷한 색상으로 이루어져서 서점이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은 여름의 산책이라는 주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쩌다 산책’은 계절에 따라 다른 주제를 가지고 책을 소개하고, 전시합니다.
제철 과일을 찾아먹듯이 여름에 제격인 책들로 서가를 꾸려가는 게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여름이라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기나긴 장마, 끈끈한 습도, 찰떡같은 무더위, 여름의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뿐인 중국냉면, 돌아오지 않는 여름 휴가, 해수욕장, thㅣ르르르르 매미 소리. 자꾸 여름 제철 과일이나 먹거리들이 떠오르는 바람에 급하게 해수욕장을 떠올리며 마무리하였습니다.
서점에 들어서면 중앙에 카페가 있습니다. 케이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참았습니다.
카페 음료를 들고 서점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 잠시만 참는 걸로 하고 서점을 둘러보았습니다.
책을 비추는 조명들이 있는데, 서가의 책들을 주인공처럼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네요.
중앙엔 <감각의 박물학>의 주제로 책이 전시되어 있고, 설명도 함께 적혀있습니다.
추천책들과 서가를 채우고 있는 책들을 차근히 둘러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서가를 채우는 책들이 빼곡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진열된 책들이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일반적인 서점과는 다른 느낌의 서가였습니다. 책이 돋보이니 서가를 이동할 때마다 책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더군요.
구매한 책을 선물할 때 꽃과 함께 포장을 할 수 있습니다. 추가 비용은 2000원 입니다.
무용하고 이름다운 시간을 마구 선물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에게 선물하겠습니다. 허허헣
(OO)님이 읽고 있는 책, 독서하며 느낀 점과 생각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읽고 말해준다고 생각하니, 책에 대한 설명이 더욱 와닿고 쉽게 느껴집니다.
카페에서 걸어가는 순서대로 서가를 보면 책들의 주제들이 보입니다.
차례로 인문, 추천책과 소설, 시, 예술과 건축, 미술, 환경, 에세이, 독서와 책으로 되어 있습니다.
크게 주제를 표시하고 있지 않아도 책의 공통된 주제가 한눈에 보입니다.
기억나는 대로 그려본 어쩌다 산책의 구조입니다.
중간에 주제서가라는 이름으로 꾸려진 서가가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번아웃’입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고 책의 제목으로도 턱하니 자주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더군요.
경쟁이 가득한 사회에서 살아내기 위해 살다보면 나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나와 나의 사이가 멀어졌을때, 이럴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멀어지지 않도록 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크 참고 참아서 책 두권을 집어 구매하였습니다. 저에게 책은 사도 또사도 끝이 없는 세계인가 봅니다.
집중했더니 좀 쉬어야겠습니다. 이럴 땐 카페인이죠. 플랫화이트를 주문하였습니다.
커피의 맛은 저에게 딱이었습니다. 바디감도 있고, 너무 시지도 쓰지도 않은 맛이었습니다.
좌석은 카페 한켠에 길쭉하게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테이블을 중심으로 작은 원목 스툴이 놓여져있습니다.
카페 내 손님이 많아서 따로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음악도 고요하고, 분위기도 좋은 공간이라 바쁜 현대사회에서 잠시 분리된 느낌이었습니다.
도심 속 힐링 공간, ‘어쩌다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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