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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_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읽으면 좋은 책

by LYNN 202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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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세가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변경되는 건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오르락내리락 변동하는 확진자 수와 희망이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 무더위와 태풍 같은 궂은 날씨에 오고 갈데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언제부터 마스크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언제까지 답답한 마스크를 차고 다닐 지도 모르니 답답함이 차올랐다.

외출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과 외출을 할 수 없으니 못하는 건 참 달랐다.
살아가는 데 바람을 쐬고 자율적으로 이동할 반경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집에서 지내면서 느낀 점)
가족과 마주치지 않거나 친구와 통화하지 않은 날이면 어느 누구와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시작된 사회로부터의 고립이랄까.

불확실한 바이러스와 기간이 늘어만 가니, 일상을 포기한 채로 희망도 없이 지냈다.
그런 와중에 책장에 꽂혀있는 한 권이 작은 희망처럼, 메마른 목구멍에 필요한 물 한모금처럼 보였다. 제목은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 : An Introduction to Logotherapy)’ 였다. 책의 내용은 한글보다 영문 제목에서 좀더 와닿는다.(의미를 찾는 인간 : 로고테라피의 도입 혹은 소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이 지은 책이다.

‘언젠가 읽게 될 날이 오겠지~’ 하던 게 이번이 될 줄이야.
힘들었을 순간을 이겨낸 사람의 수기를 읽고 힘을 얻고 싶은 마음에서 책을 펼쳤다. (실오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수용소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만든 로고테라피에 대해 간략하고 착실하게 쓰여있다.

영어 제목을 보면 한글보다 좀더 와닿는다.

 


읽는 중간 밑줄을 그으며 읽었는데, 한 문장이 한 권의 책을 설명할 수 있다. 철학자 니체의 말을 프랭클 박사가 인용한 문장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수용소 내에 사람은 살아갈 의미를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눌 수 있다. 살아갈 의미가 없는 자,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일찍 생을 마감하였다. 일례로 희망을 잃은 자는 일하러 나가지도 않고 자신의 대소변에 누워 있다가 며칠 내에 생을 마감했고, 막연하게 크리스마스에 해방될 것이라고 생각한 수감자들은 기다린 날이 다가와도 변함이 없는 삶에 의지를 잃자 하나둘 죽어갔다.

아주 어려운 상황과 시련이 와도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지낼 지 선택할 자유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너지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는 결정권은 개인에게 있음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시련을 자신이 나아질 수 있는 가치로 만들 수 있음을 알려준다.

P120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라는 치료법을 창시한다.
로고logos는 ‘의미’라는 그리스어를 뜻하고, 환자에게 스스로 의미를 찾고 미래를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프로이트 학파의 정신분석 기법은 환자의 과거에서 문제를 발견하거나 치료를 제시하지만, 로고테라피는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고 개인의 삶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로고테라피는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전형적인 증상인 자기집중증상을 방지한다.

인간의 실존, 본질, 존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도록 돕는 게 로고테라피의 핵심이다.

“인간은 조건 지워지고 결정지어진 것이 아니라 상황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그것에 맞서 싸우든지 양단간에 스스로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그리고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항상 판단을 내리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P211

“행복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221

로고테라피에서 강조하는 삶의 의미를 찾는 길은 세 가지이다. (P184)
1)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2)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통해서
3)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읽다가 중간에 자기계발서와 같이 느껴지거나(상황이 어찌되었든 개인이 노력하라! 너에게 달려있다!의 느낌) 이유 없는 구타와 같은 장면을 마주할 때엔 책을 놓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완독을 해낸 덕에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가 생겼다. 비관적인 상황일지라도 의미를 찾고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기대도 품게 되었다.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빚어진 관점을 바꾸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요즘 같은 때에 필요한 책이 아닐까. 자신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때 앞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너도 할 수 있다고 힘을 보태주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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