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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꿈라밸, 유정민_ 지금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by LYNN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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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는 내가 무얼 했던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평소에 걷던 방향과 전혀 다른 쪽을 선택하고 걸어온 지 1년이 되었다. 사실 앞만 보고 가다가 몸도 마음도 고장났다.
처음엔 수리하는 데에만 집중하였다. (건강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 있을 때 잘하자)
고장난 몸과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아물어갔다. 사실 완전한 회복은 모르겠으나 어느새 지금의 상태에 적응했고, 모든 게 괜찮아진 것만 같았다.

망가진 곳들을 고쳤으니 다시 가던 길을 위한 채비를 해야했다. 출발선에 서있는 데, 앞으로 떠밀리듯이 형체 없는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 조급함, 부족함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몸에 대한 불확실성과 무서움이었다.
출발을 결정하기까지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출발점을 배회하다 결국 되돌아왔다.

돌아왔더니 머릿속엔 많은 문장들로 가득찼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지금 나는 대체 뭐지?’
‘이대로 괜찮은 건가?’

쉬는 기간 동안 나의 분야에서 멀어졌고, 그렇다고 새로 전향한 곳에서 자리를 잡기에도 한참 남아있었다.
주변 친구들은 전문성을 쌓아가며 차근히 삶의 단계를 밟아가는 게 나의 지금과 비교되었다. 점점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었다. 나는 힘들거나 답을 구하고 싶을 때 책을 읽고 그 안에서 답을 찾는다. 마음을 둘 곳이 없을 때마다 미친듯이 읽었다.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지금을 벗어날 수 있으니 잠시 해방된 기분이었다. 책 속으로 도망을 가기도 하고, 답을 구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위로 받았다.

하여튼 (서론이 너무 김) 최근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 보여 냉큼 집어왔다. 기분좋은 노란색 표지에, 제목은 ‘꿈라밸’. 부제 ‘지금을 고민하는 나에게’ 다.
늘 고민을 안고 살지만 지금처럼 고민이 나를 둘러싸고 있던 적은 없었다. 감수성이 높아지고 예민해진 나는 제목에서부터 구원받는 느낌이었다.

책은 6인의 여성 대표들의 인생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한 권의 책이 아니라 6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뜨게질 가게의 직원이었던 미림당의 윤선혜 대표는 문득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 이후 <내가 재미있게 잘할 일>에 초점을 두었다. 전공과는 무관한 베이킹을 시작하여 맛있는 에그타르트 가게를 차렸다. 키티버니포니의 이홍안 대표는 여행을 통해 <선택하는 인생의 재미>를 알게 되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에 살았다. 그녀는 안정보다는 불편함을 찾아 여행을 다녔다. 자신을 안정으로부터 깨우는 데 집중하였고, 두려움과 한계를 뛰어넘었다.

글래머러스 펭귄의 유민주 대표는 우연히 인생의 롤모델을 만난 뒤 <저 할머니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에 쿠킹 클래스를 듣고 베이킹을 시작하였다. 물론 그녀 또한 베이킹과 무관한 전공자다. 이나피스퀘어 대표 박인아는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일상에 유일한 위안이었던 그림을 그리고, 이를 활용한 제품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더 고보 대표 고보람은 <옷을 좋아하는 컴퓨터 공학과 학생>이었고, 청강으로 패션을 공부하다 패션 아카데미의 교육을 듣기도 했다. 현실에 따라 네이버에 입사했으나 악세사리에 눈을 떠 제품을 만들게 되고, 브랜드를 런칭했다. 삭스어필의 대표 유정민은 경영대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가 세인트 마틴스 디자인 스쿨에서 수업을 듣고, 회사를 다니다 MBA를 준비하던 중 양말 브랜드를 인수하게 된다. 브랜드를 리뉴얼하고, 자신의 색을 입혔다.

6명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전공과 연관이 없는 분야에서 꿈을 키우고 이루고자 노력하였다. 평범한 인생을 따라 사는 것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도전하였다. 매 순간을 멈추지 않고 나아간 끝에 그들이 바라는 삶을 살고 있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지나온 시간과 고민들이 담겨있으니 이들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고, 왜 멈출 수 없었는지, 어떻게 그들은 행동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낱낱이 알 수 있다. 개인마다 고유의 경험이 있어 재미있고, 고민을 해결하는 방식을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지금이 고민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다른 이들의 경험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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