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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거야, 정지혜_ 잊고 있던 따뜻함을 불러오고 싶을 때

by LYNN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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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딜 가나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고, 매년 치르는 수능시험과 거리가 생기고 (출근길에 뉴스를 보고 ‘아 오늘 수능이었나?’ 함)
당연하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매일을 반복하며,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돈을 쓸 수 있고, 멋대로 망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지속되는 일상을 보내니 작은 자극에 무감해지고, 새로움에 미지근하게 반응하는 나를 보며 무언가가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와 연애를 하더라도 어렸을 때처럼 눈물이 핑 돌만큼 좋아하지 않게 되고, 감정의 오르내림이 점점 줄었다.
매체 속 아이돌의 나이는 나의 나이와 점점 차이가 나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이제 더이상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 아이돌이 없다.)
‘아 내가 나이를 먹기는 먹었구나.’라고 체감하였다. 자연스럽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무감하게 지내는 나의 고요한 생활에 돌을 던지는 책이 나타났다. 첫만남은 책처방을 제공하는 잠실 사적인 서점에서였다.
‘무기력한 당신을 위한 책’라는 문구를 보고 집어서 쓱 훑었다. 잠시 동안 읽었음에도 죽은 나의 마음을 소생시켜주는 것 같았다.

책 제목은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거야’ 였다. 사적인 서점의 대표인 정지혜님이 낸 책이었다.
방탄소년단의 노랫말과 영상과 다양한 덕질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있는데, 읽으면서 나의 경험이 떠올랐다.
아이돌을 좋아하며 매일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사진을 보고, 그들을 위한 이벤트를 열고 울고 불고 했었다.

신화를 좋아했는데, 6주년 기념일에 혼자 주황색 전단지를 만들어 기념일 하루 전 밤에 동네 전봇대마다 붙이고 다녔다.
그때의 마음은 아침부터 모두가 이 중요한 기념일을 알게 되고, 함께 축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내가 참 신기하다.
오빠들의 콘서트가 있는 날에는 담임 선생님께 아픈 척을 하고, 조퇴를 해서라도 콘서트 현장에 갔다.
차갑게 얼어붙은 김밥을 먹으면서도 그들을 보는 게 좋아서 눈물을 흘렸던 날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좋아하니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참 많았다.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요즘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빠져들기가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탓일까.
사실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는 데 어느 순간 나는 현실을 고려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건 OOO 해서 안되고, 저거는 OOO 하니까 어렵고, 이유같지 않은 이유들이 많았었다.

읽는 내내 기분이 좋고, 잠시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마음 속 따뜻함을 불러와준다.
훈기가 돌아서 여러 친구들에게도 많이 추천하고 선물도 했다. 책 속에서 언급되는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있다.

좋아하는 마음을, 좋아할 용기를 주었던 고마운 책이다. 얇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딱이다.
마음에 들어오는 문구들도 많아서 밑줄도 많이 그어두고, 기록도 따로 해두었다.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한 인생을 살고 싶다.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적인 서점의 귀여운 북커버
더 귀여운 책 표지
좋았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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