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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아무튼 메모, 정혜윤_ 나 자신을 위한 메모를 하고 싶다면

by LYNN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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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재미있는 대화를 하다가 속으로 ‘아 이거 적어둬야지.’하고, 책을 읽다 마음을 흔드는 문구를 발견하였을 때 필사를 하고, 트위터에서 웃긴 멘션을 보면 간직하려고 좋아요를 하고, 업무상 중요한 알림이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책상 위에 적어두는 일은 모두 일종의 메모라고 할 수 있다.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또) 보고 싶어서’이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알게 모르게 까먹을 테고, 당장은 내 마음을 쿵하게 만들었어도 금방 잊어버리는 게 사람이니 소중한 것들을 간직하려고 기록하게 된다. 소설가 이승우는 ‘대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 붙잡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그러니까 메모를 하는 것은 붙잡는 것이다.’고 했다.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나 이를 정리하지 않으니 쌓이기만 하고,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무구한 디지털 쓰레기를 양산하던 나의 나쁜 생활 패턴을 멈추게 한 책이 있다. 기록하며 나아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는 동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메모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거나 메모해야할 것들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작가의 메모를 보며, 메모의 범위와 다양한 쓰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메모장 안에서 자유롭게 기록하고, 마음껏 상상하는 사람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작가 정혜윤은 ‘아무튼 메모’에서 자신의 생각과 믿음을 메모를 통해 풀어간다.

그동안 나의 메모는 중요하거나 좋아하는 걸 옮겨서 적어두기에 그쳤다. 좋아하는 걸 소유하고자 기록하였으나, 제대로 나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기록은 쌓여가나 쌓인 기록 속에서 공허함이 피어날 뿐이었다. 진정 달라지고 싶었더라면, 읽고 쓰고, 좋아하는 데에서 그칠 게 아니라 좋아하는 이유를 떠올려보아야 하고, 나와 연결해보기도 해야 한다. 이어서 새롭게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음미하며 이를 곱씹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확장하는 도구로서의 메모를, 나를 사랑하는 메모를,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는 메모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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