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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책방이 싫어질 때, 태재_ 책방 직원의 뒤끝 에세이

by LYNN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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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다가 동료나 선임에게, 혹은 주변에서 날아오는 말들에 날카롭게 베일 때가 있다. 말을 뱉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말은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기억에 남아 두고두고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왜 그런 말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오래도록 곱씹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울분이 터져나왔고,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반대로 나를 위로 올려주는 기분 좋은 말들도 있다. 나라는 사람을 인정하고, 공감을 더하는 표현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생각해보면 말 한마디에 따라 나의 기분은 오르락내리락 영향을 쉽게 받았다. 나에게 닿았던 말을 기록해두면 어땠을까? 작가 태재는 책방에서 일하며 마주한 말들을 적어두었다. 직접 들었거나 들렸던 말인데, 태재 작가님은 잘 듣는 사람이었다. 책에는 따뜻한 배려로 작가를 통과하는 말도 있었고, 무심한 나머지 화를 일으키거나 지나치는 말도 있었다. 덕분에 책방을 매개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만남을 그려볼 수 있었다.


“나 스스로 성찰하는 일보다 나 같은 사람을 보고 성찰하는 일이 편한” 작가는 책방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보고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책방의 무겁고 뻑뻑한 셔터를 다루며 “노력 없이 얻은 것들은 무력하게 사라질” 수 있음을, “여전함이라기보다는 여전해짐”을,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유동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말한다. 책방에서 겪은 경험에서 비롯한 성찰을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기록하고 모아두었다. 책에 적힌 말들은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말 중에서 선별했을 텐데, 어쩌면 가장 울림 있는 말들이 아니었을까.


책을 읽다보니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점에 방문했던 기억이 났다. 더운 여름에 극단적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보며 놀라움의 비명이 나왔다. 와! 차와 버스가 다니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고, 겨울엔 어떻게 다니려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서점이 없을 것 같은 외딴 곳에 서점이 떡하니 있어서 놀랐다. 은은하게 햇빛과 조명이 들어오는 곳이었다. 엄청난 양의 책과 물품들로 채워져 있어서 서점의 크기로 책의 양을 가늠했던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직원이 상주하는 곳은 움푹 파여 가림천으로 가려져 있다.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고, 가려진 막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뭇거리다 어찌저찌하여 계산을 했던 것 같다. 떠올려보면 천으로 가려진 공간이 마치 방과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자기만의 방에서 몰래 쓴 일기를 보는 것 같다. 호호호.

읽으면서 핏, 풋, 피식했던 대목이 많았는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모두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누군가 말하는 걸 그대로 적어둔 것 같이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책방 직원의 내밀한 에세이, 솔직하고 재미있는 에세이 한편을 찾는 분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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