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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매그놀리아Magnolia_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영화 추천

by LYNN 2021.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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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PTA)의 영화를 정주행 하던 중에 만난 영화, 매그놀리아. 부기나이트를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카메라 연출을 느낄 수 있고, 부기나이트에 출연한 배우들이 등장해 익숙하지만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재미있게도 영화 속 내용은 부기나이트와 전혀 다르다. (PTA의 다른 영화인 ‘데어 윌 비 블러드’나 ‘펀치 드렁크 러브’와 비교해보아도 색다르다.) 누군가 나에게 PTA 감독의 영화 중에 추천을 요청한다면 ‘매그놀리아’를 권할 것이다. 무려 3시간의 러닝 타임이 지겹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고 영화에서 다루는 감정과 대사, 음악 모두 좋았다.

영화는 여러 인물들의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관계가 형성되거나 과거에 맺은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어진다. 젊은 애인을 만나 아들과 아내를 버린 프로듀서 얼, 얼의 현재 아내 린다, 얼의 남겨진 아들 프랭크, 얼의 간병인 필, 얼의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지미, 지미에게 성폭력을 당한 이후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는 지미의 딸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의 집에 신고를 받고 클라우디아를 만나는 경찰 짐, 어린이 퀴즈쇼의 퀴즈왕 스탠리, 과거의 어린이 퀴즈왕 출신 도니까지 이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인간의 잘못과 죄책감, 후회, 아픔과 같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를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경험을 통한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살면서 겪어보았을 흔한 감정인 ‘후회’에 대해 깊이 공감하였다(물론 후회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지나간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이 허다하고, 그렇기에 오랜 기간 마음의 짐을 지운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과거의 아픔을 지닌 채 살거나. 과거의 잘못(가해하거나) 혹은 상처(피해를 입었거나)를 두고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영화 속에 들어가 극중 인물들과 함께 느껴보고 경험하였다. 그리고 ‘나였다면’을 넣어서 떠올려보기도 했다.

영화 후반부에 내리는 갑작스러운 ‘비’는 모두가 제자리로 갈 수 있도록 인공적인 조치를 취한 것 같았다. 신이 우리를 돕는다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대신 우리들에겐 영화를 만들고 보여주는 PTA가 있다.(쩝) 두껍고 무거운 비는 극적인 역할을 한다. 비 덕분에(?) 영화 속 주인공들은 집에 들어가거나 잘못을 저지를 뻔하다 멈추거나, 자신의 딸에게 찾아가게 된다. 이처럼 잘못을 되돌릴 수 있고, 이탈한 경로를 이전으로 돌이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과거를 잊을지라도,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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