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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메멘토 리마스터링_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추천

by LYNN 2021.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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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집요하게 여기고 연출하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잘 어울리고, 맞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른 영화까지 찾아서 보고 싶을 만큼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영화는 사고로 인해 새로운 기억을 잃어버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가진 주인공 레너드가 자신의 부인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다니며 진행된다. 자신의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아내를 죽인 범인을 잡고자 하는 복수심으로 범인의 단서를 쫓는다. 레너드는 10분마다 기억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수시로 메모한다. 특히 중요한 메모는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에 타투로 새긴다. 영화 속에서 레너드의 온몸이 타투 투성이인 걸 볼 수 있다.

이에 그를 둘러싼 다른 인물인 경찰 테디와 바텐더 나탈리, 나탈리의 연인 토드는 그와 이전과 같거나 혹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유지한다. 레너드가 기억을 못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에게는 이들이 늘 새로운 사람으로 인식된다. 과연 이들은 레너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는 영화를 보며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영화의 서두에 강렬한 장면이 덜컥 나오고, 의문을 갖고 영화를 보다 보면 앞에 나온 게 결론임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의 상태처럼,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얽혀서 진행되고 컬러와 흑백 장면들이 섞여나온다. 기억의 파편들이 조각조각 나뉘어 나열되는 걸 보며 레너드의 대사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임을 공감하게 된다. 소설가 이승우의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모음이 아니라 편집된 것이다. 편집이란 키우기와 줄이기, 지우기와 순서 바꾸기 같은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다. 기억 속에서 과거의 사실들은 재구성된다.”_ 소설을 살다, 이승우

인간에게 기억은 모든게 명확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같은 일을 겪고, 장소를 공유하고 있어도 모두의 기억 속에는 다른 진실이 기록된다. 개인의 기록이 제각각인 이유는 우리들이 경험한 일에 대해 선택적으로 저장하고 꺼내어 보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마다 고유의 관점과 직관이 다르고, 그에 따라 형성되는 기억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러한 점을 메멘토를 통해 말하고자 한게 아닐까. 우리들의 기억과 시간을 꺼내는 방식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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