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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_ 스파이크 존스 감독, 왓챠 영화 추천

by LYNN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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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절대 가질 수 없는) 신체 조건을 가진 다른 사람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연령대, 바꿀 수 없는 성별,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속내를 알고 싶어서 그 사람의 안으로 들어가보는 상상을 해본다. 엄마가 자주 던지는 말도 생각이 난다. “으휴, 쟤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길래 저러나 몰라~”

‘존 말코비치 되기’는 비현실적인 욕망을 현실로 실현한다. 주인공 크레이그는 가난한 인형 조종사다. 가난하고, 유명하지 않다. 그는 아내 로테의 벌이로 함께 생활하다 서류 작업을 하는 일로 회사에 취직하는데, 어느 날 떨어진 서류를 줍다가 이상한 통로를 발견한다. 어두운 통로는 바로 존 말코비치의 의식과 연결된다. (다른 이의 의식에 들어갈 수 있다니!!) 그의 아내 로테도 체험해보는데, 이를 계기로 자신의 숨겨진 성정체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내용은 생략)

내가 살아오고 살고있는 현실이 영화 속 현실과 만나 깨지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현실감을 잠시 잃는다. 영화 속 이야기가 더욱 현실같이 느껴질 때면 나의 직관이 항상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 속 설정을 단순하게 대입하여 그려볼 수 없다는 걸, 영화 속 세상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려준다. 이럴 때면 머리에 크게 딱밤을 맞는 것 같다. 예상대로 되지 않고, 뒤얽힌 관계와 이야기의 전개에서 느끼는 쾌감은 나를 반복적으로 영화의 세계로 이끈다.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사람이 겉모습은 변해도 내면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존 말코비치의 외양과 유명세를 가졌지만 행동이나 성격, 내면은 크레이그다. 영화 제목을 ‘존 말코비치 되기’가 아니라 ‘존 말코비치가 크레이그 되기’로 바꿔도 괜찮겠다. 감독은 아무리 외양을 꾸미고, 다르게 가꾸어도 내면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던 걸까.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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